자동차 블로우팬 탈거 도전기(ft. hg그랜저)

에바포레이터 세척 폼을 구매하여 직접 세척을 한 뒤 블로우팬도 언젠가 탈거해서 세척을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 추운 겨울이 오면 도저히 할 자신이 없을 것 같아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말에 도전하기로 했다.

블로우팬을 분해하는 영상을 찾아보면 과정은 생각보다 작업과정이 간단하다. 그래서 내 작업도 당연히 간단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역시 상황은 각자마다 다른 것이다.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복병을 만났다.

지금부터 직접 블로우팬을 탈거하여 세척을 시도한 스토리를 공개해 보겠다.

복병1. 공간이 좁다.

먼저 블로우팬을 탈거하기 위해서는 글로브박스 하단의 커버를 탈거해야 한다. 이 커버는 양 끝에 있는 볼트 2개를 푼다음 손으로 당기면 쉽게 탈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커버를 탈거하자마자 영상에서 보지 못한 방해물이 나타난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빨간 네모 부분) 물론 내가 본 영상이 정확히 HG그랜저의 블로우팬 탈거 영상은 아니었다. 이제 보니 그게 문제였다. 예상 못한 부품 때문에 내가 풀어야 할 볼트를 푸는 데 상당한 방해가 되었다.

사실 블로우팬이 붙어있는 블로우 모터 뭉치를 탈거하기 위해서는 볼트 3개만 풀어주면 된다.(위 사진에서 빨간 동그라미 부분) 그런데 조수석 밑에서 위 방향으로 볼트가 체결되어 있다보니 볼트의 위치를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찾더라도 거의 눈을 매우 가까이 맞대고 보고 있는 상황으로 공간이 굉장히 좁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가장 편한 자세를 잡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나마 가장 작업하기 편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그 자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조수석 의자를 최대한 뒤로 뺀 다음 조수석 문을 활짝 연 상태에서 가슴이 하늘을 보게끔 조수석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렇게 한 자세를 밖에서 보면 왠 놈이 하반식을 조수석 밖에 내놓은채 배를 들어내고 누워있는 모습이다. 한 마디로 조금 민망한 자세가 된다는 뜻.

어찌 됐든 위와 같이 하면 그나마 블로우모터에 체결된 볼트들이 보이고 짧은 드라이버를 활용하면 볼트를 풀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할수록 허리에 묵직한 압박감을 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볼트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한계를 넘어선 허리 통증으로 곧 인상을 쓰며 나와야 할 것이다.

아! 그리고 잊지말고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적어도 마지막 볼트를 풀기 전에 블로우 모터 뭉치를 손으로 받치고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꽤 무게감 있는 블로우 모터가 통째로 툭 떨어지게 된다.

볼트를 풀 때 생각보다 공간이 안나와서 라쳇과 드라이버 등을 활용해서 해보았는데 드라이버가 너무 길면 오히려 각이 안나온다. 라쳇도 해볼 수 있긴 하지만 짧은 드라이버가 그나마 가장 편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꼭 짧은 드라이버를 활용할 것.

복병2. 커넥터와 팬 고착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탈거를 했으면 이제 모터에 연결된 커넥터를 분리해야 하는데 커넥터가 고착되었는지 아무리 눌러도 빠지질 않았다.

유튜브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분명 꾹 누르면 빠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내 커넥터는 어찌된 영문인지 빠지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커넥터 분리를 포기하고 블로우팬만 꺼내는 것으로 방향을 급선회 했다. 어차피 블로우팬만 분리되면 블로우모터 어셈블리를 통쨰로 빼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블로우팬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운데 심에 체결되어 있는 반달 모양의 클립을 제거해줘야 한다. 보통 일자 드라이버로 클립과 심 사이의 틈에 넣고 밀어주면 잘 빠진다. 반달클립을 뺐으니 이제 블로우팬을 당기면서 모터심으로부터 분리해주면 되는데…

어라?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분리가 되지 않는다. 블로우팬을 분리한 지 오래되서 그런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커넥터에 이어 팬까지 분리가 되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자세히 모터심 쪽을 살펴보니 녹이 꽤 슬어 있었다. 아마 녹으로 인해 팬이 고착되어 빠지지 않는 상황인 듯 하다. 이런 경우라면 내 경험상 당장 빼기는 힘들다. 윤활제가 충분히 스며들도록 도포한 다음 시간이 지난 후에야 분리가 될까 말까 한다.

그렇다고 애써 분리했는데 이대로 닫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었다. 방법은 하나, 이 상태에서 팬을 최대한 청소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욕실에서 쓰려고 준비한 일회용 칫솔을 가지고 내려와서 팬 사이사이를 쓱싹쓱싹 문질러주었다. 조수석 바닥에 팬에서부터 떨어진 먼지와 이물질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칫솔질을 해준 다음에는 물티슈를 이용해 팬의 먼지를 최대한 닦아주었다.

그리고 팬을 분리할 게 아니라면 전혀 뺄 필요가 없었던 반달 클립을 다시 꾸욱 밀어서 체결해주었다.

그리고는 분해의 역순으로 다시 블로우팬을 조립해주었다. 단지 3개의 볼트만 조립해주면 되는데도 역시 볼트구멍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다소 애를 먹었다.

마치며

결국 엄청 쉬웠을 블로우팬 세척 작업은 예상하지 못했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세척을 해보지도 못했고 단순 팬 청소작업만 해준 셈이 되었다. 아쉽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혹시라도 블로우팬을 탈거해서 세척을 직접 하려는 상황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잘 참고해보기 바란다.

참고로 나의 블로우팬은 다음 번에는 아마도 빠지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빠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지금처럼 청소하는 수 밖에 없겠지만…